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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수표 단속법의 성립과 처벌, 그리고 위헌성

관리자 2022-06-21 조회수 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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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정수표 단속법이란?

부정수표 단속법은 1961. 7. 3 제정되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법률로서, 경제사범을 형사처벌하는 대표적인 법률입니다. 부정수표 단속법 제1조에 따르면 "부정수표의 발행을 단속, 처벌함으로써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전과 유통증권인 수표의 기능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부정수표단속법은 부정수표 발행인에게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즉, 가공인물의 명의로 수표를 발행한다거나, 서명을 위조하여 수표를 발행한다거나, 수표 발행이후 수표가 지급제시되지 않는 경우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배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과실범의 경우에도 처벌됩니다. 3년이하의 금고 또는 수표금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2. 위헌적인 과실범 처벌 규정에 대하여

1998~2000사이 발생했던 IMF금융위기를 기억하시나요?

국가부도의 날이라고 할만큼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했던 시기였고, 이 당시 발행했던 어음, 수표 등은 지급제시되지 않아 부도처리되었었죠. 한보철강을 비롯한 대기업, 제일은행등 금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였습니다. 수표가 부도처리되자 부정수표 단속법위반으로 수많은 기업종사자들이 쇠고랑을 찼었던 시기였습니다.

부정한 수표를 발행하여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전과 수표의 기능을 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그러나, IMF사태처럼 급격히 환율이 높아지고, 금융기관이 부도나는 상황에서 제대로 버텨낼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3항의 규정때문에 기업을 운영하던 수많은 사장님들은 형사처벌을 피할수 없었습니다.

사실 부정수표단속법에서 과실범까지 형사처벌대상에 포함시키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과실로 수표를 부도낸 경우에도 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는것인데요.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는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도 이러한 점을 어느정도 수긍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적이 여러번 있었는데요. 2001. 4. 26. 99헌가13 헌법재판소 결정이 그것입니다.

제청법원은 백지수표나 선일자 수표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수표가 부도나기만 하면 처벌하는 점, 어음과 달리 수표발행인만 처벌하는 점, 헌법 제119조 제1항이 규정하는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에 반하는 점,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헌법 제12조 제1항의 실질적 죄형법정주의를 침해하는 점 등을 거론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였고,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재판관 권성은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과 사람의 몸을 채무이행의 담보로 삼는 결과를 빚는 점이 이 우리의 근대법체계에 맞지 아니하고, 어음의 부도는 처벌하지 않는데 수표의 부도만 처벌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아니하며, 부도낸 기업가의 기회를 박탈하여 부당하고,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기업가의 활동에 대한 족쇄가 되어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저해하며, 사실상 신용증권화한 견질수표 같은 것의 부도까지 처벌하는 것은 이 법의 원래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고, IMF사태처럼 연쇄부도 상황에서 자기에게 책임이 없는 경제여건의 변화로 부도가 된 경우에도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사책임에 있어서의 자기책임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논지로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3항이 위헌적 규정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사실 이는 저도 동감하는 바인데요. 수표의 부도를 내는 사람들 가운데는 성실하게 기업을 경영하였지만 경제여건의 변화로 어쩔수 없이 부도를 내는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부도가 날 것을 뻔하게 알고도 수표를 발행하였다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힘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높은 규정인 것이죠.

© mengmengniu, 출처 Unsplash 3. 부정수표 단속법으로 형사 입건된 경우


3. 부정수표 단속법으로 형사 입건된 경우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4항은 "수표발행인이 수표를 회수하였거나, 회수하지 못하였더라도 수표소지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을 반의사불벌조항이라고 하는데요. 폭행죄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된 경우 공소제기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수표를 발행하였지만 이후의 사정에 의하여 수표가 제대로 지급제시 되지 않은 경우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부정수표단속법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사이의 경우에는 불법성이 강하므로 반의사 불벌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부정수표 단속법으로 형사입건된 경우는 정상적으로 수표를 발행하였으나 이후의 사정에 의해 부도가 난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즉 과실범이고 이 경우는 수표만 회수하거나 합의만 하면 되니 처벌받지 않겠죠.

문제는 수표를 회수할 수 없거나 수표소지인과 합의를 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일반 형사사건의 대원칙에 맞추어 사건을 진행해야겠죠. 행위요소와 행위자 요소에서 양형에 반영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끄집어 내야만 할겁니다. 수표가 부도가 나게 된 경위, 부도를 피하기 위한 발행인의 노력, 피고인의 형사처벌 전력 등 긍정적인 모든 요소를 반영하여야 할 것입니다.

4. 마치며

사실 이 글면서 부정수표 단속법의 처벌규정이 불명확하고, 위헌적인 면이 많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지금처럼 과실범까지 처벌하도록 하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한번쯤은 교도소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혹시라도 부정수표단속법으로 재판이 진행중인 분들은 번거롭더라도 위헌법률심판제청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통해 관련 규정이 위헌결정이 내려지면, 더이상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