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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탁자의 반환거부와 횡령죄의 문제

관리자 2022-06-21 조회수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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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나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부동산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일명: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횡령죄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실명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의 판례의 입장과 이후의 판례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으니,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겠네요.

1. 명의신탁의 유형과 효과

<양자간 명의신탁>

신탁자의 부동산을 수탁자에게 명의만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탁자가 배우자나 종중이 아닌이상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무효입니다. 따라서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부동산을 다시 돌려달라는 등기말소청구를 할 수 있고, 이는 소유권에기한 물권적 청구권이므로 시효문제가 없습니다. 즉 수탁자는 신탁자의 반환요구에 시효와 무관하게 응해야만 합니다.

<3자 간 명의신탁>

부동산등기의 명의는 수탁자로 하나, 매매계약에 따른 효과를 신탁자에게 귀속시키는 경우 3자간 명의신탁이라고 합니다.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가 핵심인데, 이는 계약명의신탁과 구분됩니다.

3자간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 무효입니다. 매도인은 수탁자에게 등기 말소청구권을 갖고, 매도인과 매수인(신탁자) 사이의 부동산 매매계약은 유효합니다. 따라서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본인에게 다시 등기를 이전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를 등기청구권이라고 합니다.

만약 수탁자가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신탁자는 매도인의 말소청구권을 대위하여 부동산을 매도인의 명의로 돌려놓고 매매계약에 따라 등기청구가 가능합니다. 이는 채권적청구권이므로 소멸시효가 존재하며 10년입니다. 다만 신탁자(매수인)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면 시효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계약명의신탁: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

계약명의 신탁은 매도인과 수탁자가 계약의 당사자입니다. 매도인과 신탁자가 계약의 당사자인 3자간 명의신탁과는 이러한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때 매도인과 수탁자의 계약은 무효가 되는데, 매도인은 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등기가 말소되면 수탁자는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요.

이렇게되면 내부적으로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준 돈을 어떻게 처리하냐의 문제가 남는데, 이때는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죠.

참고로 위와 같은 구조는 매도인이 신탁자와 수탁자간의 명의신탁이 존재함을 아는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모르는 경우는 아래와 같이 달라집니다.

<계약명의신탁: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

매도인이 신탁자와 수탁자의 명의신탁약정이 존재함을 모르는 경우(악의)라고 한다면, 효과가 달라지는데요. 이 경우 매도인과 수탁자의 계약은 유효하기 때문에 수탁자는 부동산을 유효하게 취득합니다.

만약 수탁자가 유효하게 취득한 부동산을 신탁자에게 반환거부하는 경우에는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부동산반환을 청구 할 수 없고, 다만 매매대금만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수 있을 뿐이죠.


2. 수탁자가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형법상 문제

형법은 제355조에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처한다"고 규정하여, 보관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횡령죄로 의율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보관하는 부동산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횡령죄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데요.

대법원은 양자간명의신탁에 대해서는 횡령죄가 성립하나, 계약명의신탁은 횡령죄나 배임죄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가, 2016. 5. 19.선고 2014도6992판결에서 입장을 바꾸어 3자간 명의신탁(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부동산 실명법이 시행되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죠.

매도인, 신탁자, 수탁자 3명이 존재하는 명의신탁유형에서 수탁자의 반환거부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도록 대법원의 입장이 바뀌었습니다만,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가 없었죠.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는 2019고합511사건에서 양자간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반환거부행위가 "형법상 보호할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명의신탁이 무효인 이상 신탁자와 수탁자사이의 위탁신임관계는 보호할만한 가치가 없고 따라서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입장에 비추어보면, 같은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즉, 유효한 명의신탁이 아니라고 한다면, 양자간 명의신탁이든 3자간 명의신탁이든 수탁자가 반환을 거부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3. 마치며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면서 신탁자는 보호받을 수 없는 지위에 놓인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수탁자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채권적 청구권에 불과하므로 보호의 정도는 낮을 수 밖에 없죠.

형사 고소를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대법원의 논지라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